내가 이번 여행을 일본국으로 가려다가 인도네시아로 발길을 돌린 것은
이곳 보로부두르 사원을 가보기 위해서이다.
보로부두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대유적이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미얀마의 파간과 함께 3대 불교유적으로 꼽히는 곳이다.
프람바난사원은 흰두 사원이고, 이곳 보로부두르사원은 불교사원이다.
단일 건축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이며, 축조연대에서도 앙코르와트를 앞서는
불교의 우주관과 교리가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다고 해서
불교신자들에게는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나야 딱히 불교신자라고 할 수도 없지만, 가고프고 보고프니 가야지.
어라 오늘은 마음도 설레 이네.
우리 숙소는 소스르위자얀 서쪽으로 갱 2 골목에 위치하고 있는데 앞집이 “찌짝여행사”이다.
찌짝은 인도네시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도마뱀이다.
처음엔 징그럽다가 곧 사랑스러워진다.
골목에서 아저씨는 매일 부지런히 낚시를 하는 것 같다.
찌는 친절과 미소를 쓴다.
지나가는 여행객들, 특히 서양인들에게 웃으면서 말을 걸면 서양인들은 그에게
여행을 예약도 하고 계약도 하고 의뢰도 한다.
그곳의 정보에 의하면 보로부두르사원은 일출과 일몰이 뛰어나다고 한다.
어제 밤에도 우리 숙소에서 서양인이 보로부두르 간다고 새벽 5시에 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새벽 5시에 떠나 5시간짜리 TOUR가 1인당 50,000rp이고 입장료는 어른은 85,000rp이고,
학생은 7$라는데 경비계산해 보니 250,000rp가 든다.
굳이 싼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패키지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단독으로 가되
일몰을 구경하자고 결론내리고 좀보로터미널로 향했다.
일본인 여행객이 그림을 들고는 보로부두르 사원을 가기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파리에 갔다가 돌아가는 길에 이곳을 들러 구경하고 일본으로 간다는데,
아가씨 혼자 다니기 어떠냐고 물으니 편하단다.
버스 안에서 서로 찢어져 앉아 많은 얘기는 못 나누어 봤다.
사원은 열대 평원의 중앙에 있으며 멀리 머라피 화산이 내내 나의 시야를 따라오며,
나와 함께 동행 하는 것 같다.
도착하여 사원을 들어가는데 일본인 아가씨는 내일 아침에 일출을 계획 중이라며 입장은 안 한단다.
오늘은 길 알아보려고 왔다나.
사진1 - 보로부두르 사원 입장권
입장권을 사고 프람바난 사원과 마찬가지로 안내소로 가서 여행가이드를 받아들고 관람은 시작된다.
아래 기단 1층에서 6층까지 이어지는 회랑을 10회 돌아 끝내 사원 꼭대기 층에 오르면
비로소 깨달음의 경지에 오른다고 한다.
원래 이 사원의 기단부는 흰두 왕조인 마타람 왕국이 건설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마타람은 불교왕국인 사일렌드라에 밀려 몰락했고,
사일렌드라 왕국이 이어서 불교 사원을 완성하였다고 한다.
1814년에 발견된 후 오래기간 복원 과정을 거친 사원은 지난 1991년 프람바난과 같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아직도 복원 과정에 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다.
보로부두르는 1만 2,000제곱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에 약 100만개의 돌덩이를 이용해
쌓아 올린 9층 사원이다. 기단부는 땅속에 묻혀 있다고 한다.
화산 지대이므로 화산암인 안산암이다.
깨달음의 경지로 가기위해 서서히 계단을 오르고 회랑을 도는데,
딸아이는 태양이 싫어 태양이 싫어 외쳐댄다.
아~ 이래서 여행은 혼자가 젤 좋아.
이번 여행에서 둘도 없는 친구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 딸아이에게 잠시 배반 때려 본다.
높아보이던 계단은 149개로 조금 숨찬듯하지만 금방 올라간다.
불교설화와 부처의 일생을 새겨 넣었다 하는데 수많은 부조들은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사진2 - 보로부두르 사원을 오르는 사람들-저마다의 염원을 품고.
상층부에는 원형 3층의 단으로 되어있고, 단 위에는 커다란 종을 엎어놓은 모양의
스투파(탑)들이 들어서 있다.
탑 안에는 각각 1구의 불상이 들어 있는데, 오른손을 넣어 약지로 불상을 만지면
행복이 온다고 하여 너도나도 손을 집어넣는다.
무슨 소원들인지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들 했다.
3천배를 했었던 그 심정과 마음으로 나도 인류평화를 위해 부처의 몸을 만졌다.
탑돌이를 하는 중국(?) 대만(?) 홍콩(?)인들의 표정이 너무 엄숙하여
그저 그 사람들 하는 탑돌이를 구경만 했다.
단체로 온 사람들에게 어떤 가이드는 설명하는데
“모든 종교 천주교, 기독교, 흰두교, 이슬람교, 불교 결국엔 다 같다”고 하여 난 박수를 쳤다.
내 박수소리에 일제히 내게로 쏠리는 시선들. 앗 뜨거!
태양이 나왔다 숨었다 여러 번 반복하더니 비도 갑자기 내린다.
아침에 숙소에서 사위아저씨가 우산을 꼭 가져가라고 하시더니만 비님이 오시는구나.
사진3 - 보로부드르 사원의 해는 져 가는데......
이곳 인니는 직업이 다양하다.
우산 빌려 쓰는데 2,000rp란다. 제법 장사가 쏠쏠하다.
돗자리 빌려 주는 직업도 있다.
우리야 언제 어디서든 돗자리, 우산이야 필수품이지만.
탑에서 내려와 박물관에 들어가니 대형 배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승선체험은 100,000rp네.
일몰광경을 보려는 우리는 다시 거슬러 올라가는데 안내 아저씨가 EXIT쪽으로 가란다.
지도를 보고는 식당에 간다고 하니 가란다.
일몰광경을 보려는 욕심에 외국인의 특수를 좀 누리긴 했지.
식당 앞에 사진 찍는 아저씨들이 많이 모인 곳에 가보니
파파야, 카스테라, 대나무에 싼 밥등 여러 가지 음식을 판다.
사진 찍는 아저씨에게 오늘 일몰을 구경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날이 흐려 어렵다고는 하나 자기가 신이 아니라서 모른다고 하며 어쩌면 볼 수 있다고도 한다.
음식을 먹고는 다시 정상에 올라가 싸가지고 온 살락과 빵을 먹으며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오후 5시 20분쯤 경엔 구름 속으로 아예 해가 없어졌다.
젠장!
주변은 서서히 어둠에 묻히기 시작하고, 우린 포기하고 내려갈 수밖에 없다.
오! 신이시여,
밖으로 빠져 나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곳의 골목은 미로였다.
장사꾼들의 가게로 이어져 헤매다 나오니 비도 제법 많이씩 내리기 시작한다.
비가 오는 길을 걸어 터미널에 왔으나 좀보로터미널행 버스는 막차가 5시 30분이란다.
내 욕심에 차도 놓치고, 일몰광경도 못 보고,
사진4 - 해야! 어디 갔느뇨.....
경찰서에서 경찰아저씨에게 가는 방법을 물어보니 오토바이를 타란다.
근데 오토바이 한 대에 한 사람밖에 못타 두 대에 가야 한다네.
그냥 경찰서에서 잔다고 하자 그러라고 하네.
그러면서 경찰아저씨 자기가 봐 줄 테니 할 수 없이 한 대 오토바이에 가란다.
오토바이타고 빨바방까지 가는데,
한국에서 울 신랑 오토바이 탈 때 허리에 손을 감싸 안고 타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해,
이곳에서도 그렇게 오토바이를 타는 나 그들이 오해하던지 말던지 내 식으로 탄다.
오토바이 아저씨는 친절하게 함께 좀보로행버스를 기다려준다.
우린 젤 뒷자리에 앉았는데 밖은 온통 어둠뿐이다.
간간이 불빛만이 보일 뿐, 오늘 제대로 된 낮과 밤을 경험한다.
시골도 시골도 아주 깡촌이다.
밖에서 비는 버스 차창을 사납게 때린다.
갑자기 내자석 뒤로 빗물이 새는것도 아니고 물을 쏟아 붇는다.
버스 안에서는 빗물도 흐르고, 거지 청년의 노래도 흐른다.
앞에 차장아저씨에게 좀보로터미널을 부탁해 뒀는데,
우린 좀보로터미널에서 내리지 못했고 다시 다른 마을로 이동하여 내렸다.
차장아저씨는 좀보로터미널에서나 여기에서나 마찬가지로 택시타면
20,000rp가 나온다고 하면서 내리란다.
버스에 전통악기연주와 노래를 겸하고 있는 청년이 같이 탔었는데
청년도 우리와 함께 내렸다.
얼굴은 말쑥했고 옷도 깨끗했던 청년의 직업은 거지(?)였다.
우리가 인도네시아에서 무수히 많이 보던 모습인데 이야기는 처음 해봤는데,
내가 인니어를 못하고 그 청년 또한 영어에 약해 많은 이야기는 나눌 수 없었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다만 주께서 주신 달란트가 적게 태어났을 뿐이라고 하면 나의 합리화일까(?)
청년은 택시기사에게 말리오보로나 소르르위자얀을 물어준다.
고마운 사람이다.
택시비가 40,000rp란다.
화장실을 물어 다녀오고는 현지인에게 물으니 택시는 40,000rp, 배차는 20,000rp란다.
비가 오기는 하나 아직도 시간은 초저녁쯤이니 우린 배차를 섭외했다.
비가 오니 비닐로 앞문을 막아 비 들이치는 것을 막는다.
그렇게 비닐 친 배차를 실컷 질리도록 타고 소스르위자얀 거리에 도착했다.
아 이렇게 반가울 수가.
그래도 이곳 말리오보로 거리는 불빛이 많다. 불빛의 정겨움을 처음으로 알았다.
아니 문명에 익숙해지고 길들여진 내 삶이기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겠지.
그러면서도 난 아직도 문명을 벗어나 한적한 시골의 삶을 간절히 원한다.
전기가 없으면 더더욱 좋고.
식당에서 나시고랭으로 저녁 먹고 숙소에 돌아오니 9시 30분.
아 오늘 뼈저리게 보로부두르를 경험했네.
인생은 고행이라고.
지혜롭지 못한 인간은 더 고행이라고.
오늘 제대로 인도네시아를 경험했다.
욕심의 끝은 (일몰광경 구경하려다) 더 힘든 다른 것이 기다리고 있다고.
나 오늘 인니의 밤을 체득함은 득이요, 쫄았슴은 실이요.
아 인생의 장단 (事).
사진5 - 살포시 지긋이 머금은 당신의 미소
나 살면서 당신을 닮고 싶다면,
내 얼굴 너무 예뻐져 워쩐다요.
화계사 당신 모습도,
보로부두르 당신 모습도,
어찌 그리 눈이 부신다요.
당신미소, 내미소 함께 우리가 되고싶소.
*비용 밥:4,000rp
물:3,000rp
좀보로터미널:2,000rp
보로부두르행버스:10,000rp
보로부두르입장료:172,000rp-어른11$(101,200rp)
학생7$(64,400rp)-*국제학생증필요
*)계산상165,600rp나오나 172,000rp라고해 172,000rp냄.
파파야:4조각4,000rp(원래는2조각에1,000rp)
카스테라:1,000rp
오토바이:15,000rp
좀보로행버스:7,000rp
배차:20,000rp
나시고랭:5,000rp
물:3,000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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