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여행

1)쿠타 해변에 가다-일곱째 날

艸貞 2008. 4. 16. 18:22

오늘은 생일이네.
딸아이와 함께 해돋이구경을 한다고 새벽에 바닷가로 갔다.
6시에 갔는데 해변 반대방향에서 해는 떠오르고 저녁보다 더 찬란하게 아름다웠다.

 

 사진1 - 해가 뜨는 쿠타해변


아침 일찍 운동(런닝)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어제 뛰었을 때보다 오늘은 아이와 함께 슬슬 걸으니 더 멀리까지 갔었나
힘들기는 했어도 옆에 사람과 함께 동행하니 이야기도 주고받으며 한결 기분은 좋다.
이래서 딸아인 평생 친구로 살아갈 수 있어 행복하다.
이런 행복의 준비를 위해 난 “딸 아들 구별법” 책을 독파하며 정성을 들였었지.
원래 딸이 귀한 집에서 자란 난 우리 집에서 공주였다.
시집와 살면서 공주에서 차차 내 모습은 무수리중의 최하위 무수리로 바뀌었지만.
7시 40분에 돌아왔다. 오자마자 아이는 다시 잠에 빠져들고.
생일이면 어김없이 “국이나 먹었냐?” 엄마에게 전화오곤 했는데 오늘은 더 엄마가 한없이 그리워지네.
생일이 별건가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을 그리기위해 존재하는 날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나이기에 그만큼 슬픔은 더 크기만 하고.
엄마의 돌아가심을 주체하지 못해 훌쩍 뱅기타고 이곳까지 왔지만 이곳에서도 엄마의 빈자리는 크게만 느껴진다.
아~ 삶과 죽음의 갈라놓음이란 이런 것이구나.
어떻게 슬픔을 이겨 내야할지 걱정이네.
혼자 맞는 생일.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것들을 사랑해야겠네.
남편이 무척이나 보고 싶다. 그립다. 눈물도 나오려고 하네.
아들아이도 군 생활을 잘 하고 있는지도 소식이 궁금하다.
여행이란 그저 남편과 함께 해야 함을 많이 느낀다.
아이와 함께 왔어도 옆구리 허전함은 커다랗게 느껴진다.
남편도 함께 왔음 좋았을 것을. 부질없는 내 욕심들......
아이는 엄마의 생일이라고 근사한 저녁식사를 제의해왔다.
모르는 줄 알았더니 속 깊은 고것이 제법 자라 제 아빠 몫을 해내려 한다.
기특한 것! ㅎㅎ
한국에서면 가족들끼리 맞는 생일이겠지만 집에선 조촐한 상이여도
행복했겠지만 여기선 살며시 아이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식당은 온통 호주인 들로 가득차고 동양인은 우리 밖에 없다.
웨이터는 또 “다리마나”를 묻고. 식전에 술이 조금 따라 나왔는데 무지 독하네.
우린 우아하게 폼 나게 식사를 마쳤는데 문제는 음식 값은 졸라 비싸고 배도 안 부르네.
Sea Food와 Chicken Curry를 먹었다.
남편은 불도장 사준다고 했는디 눈에 삼삼 아른거린다.
기다려라! 불도장아 내가간다.
여기 인니에선 우린 거지 여행 족이라 밥만 사서 먹는 것이 최고다.
그저 배부르고 등 따시면 만족한다고 ㅎㅎㅋㅋ
아~~~ 덥다! 술기 오른다.
생일이라고 술도 마시고 기분이 괜찮은데.
저녁에 술기에 누워 쉬고 있는데 0주희가 왔다.
전 세계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0주희, 한번뿐인 인생 찐하게 살고픈 나.
우린 통 하는 게 많다.
적어도 우린 이 시대의 자유인들 이니까.
우리 로스멘 레스토랑에 앉아 자유를 젊음을 여행을 토론했다.
0주희는 그야말로 처자니까 젊음을 토론하지만,
0주희말로는 내 나이에 나 같은 영혼의 소유자를 본 적이 없어 나도 젊은이 축에 끼어 준다나.
나 참 고마워서.
하긴 난 내 나이도 정확히 모르고 사는 사람이니 젊은이가 아니라 아주 유아지 유아.
거기에 또 정신연령은 7세이니 정말로 유아틱한 나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인생은 꼭 한번 뿐이다.
적어도 초정으로 불리 우며 사는 순간은 지금 이 생뿐이다.
이런 인생을 어이 가벼이 순간이나마 보낼 수 있을까.
나 천성이 게으르고 천박해 한때는 내 달란트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본적도 있었지만,
난 나를 사랑하면서 지금은 한없이 부족한 나도 사랑할 수 있게 됐다.
여행은 이런 날 일깨우기에 충분한 윤활유가 돼 주었고.
아니 숨 쉬고 있는 자체로도 감사할 뿐이다.
세상은 감사덩어리다.
세상은 아름다움덩어리다.
거기에 일조하는 것이 지구의 자연환경이고.

 

 사진2 - 해가 지는 쿠타해변


난 환경론자도 개발론자도 아니지만 잠시 머물다 가는 우리 인생길에서 지구를 보호해야 한다고,
우린 지구를 후손에게 잠시 빌려 쓰는 것 이라는
간단한 사실만은 인식하고 사는 평범한 대한민국 주부이다.
그러기에 여기 인니 바닷가의 쓰레기가 내 마음을 더 아프게 하고.
우리네 여자들은 빙땅이 없어도 충분히 놀 수 있다고.
10시에 아이는 잔다고 하고 우린 12시까지 이야기 했다.
이야기하는 중에 앞방에 머물고 있는 호주 인이 계속 우리들을 흘끔거린다.
자식~ 같이 얘기하고 싶으면 용기 내어 올 것이지. 눈치만 보기는.
오랫동안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비가 내린다.
비가 와서 내 우산 씌어줘 주희를 보냈다.
한국말 많이 했다고 좋아라 하는 주희.
항상 건강하고 그녀의 꿈들이 이루어졌음 하고 기원해본다.
그런 딸을 그녀의 엄마는 이해를 못하신단다.
그렇게 돌아만 다니다 언제 제대로 시집은 갈 거냐고 걱정하신단다.
부모 마음이야 다 그렇겠지.
그래도 내가 보기에 주희는 충분히 자기 인생에 책임을 지고
누구보다 열심히 생을 즐기며 사는 멋진 젊은 처자이다.
아우~ 오늘은 신랑님이 째지게 보고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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