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모래바람, 모래비 땜시 일찍 와서는 씻고는 바로 잠들어 버렸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잠은 잘 오기는 하는데, 심한 마술에 걸림은 참으로 여자를 귀찮게 한다.
일찍 6시에 일어나 단전호흡하고 아침거리를 산책도 하고 “잘란잘란” 하러 나갔다.
아이들을 오토바이에 태워서 학교에 가는 모습들에, 이곳의 엄마마음과 한국 엄마마음은 똑 같음을 느꼈다.
어젯밤은 광란의 밤을 보냈는지 여기저기 길거리엔 쓰레기가 수북하다.
버리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은데 쓰레기가 쌓이는 것을 보면 희한하다.
꼭 우리나라에서 축구 끝난 축구장 같다고 해야 하나.
이 나라 사람들의 의식수준인지 관광객들의 의식수준인지 헷갈릴 따름이다.
부지런한 상점은 벌써부터 청소를 하고 문을 열기 시작한다.
택시는 어디 두었는지 아저씨들이 모여서서 “딱시 딱시”하며 사람들이 지나가기만 하면 귀에 대고 얘기한다.
이른 아침부터 써핑을 하러 나가는 호주인 들도 신나게 오토바이를 몰고 나간다.
아니 벌써 써핑을 끝내고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나시참푸르와 튀김류를 파는 총각을 만났다.
아이가 어젯밤엔 아침에 밥을 먹었음 소원이 없겠다 해서 밥을 사가지고 갔다. 거기에 튀김까지.
매일 아침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소박한 일상에서 습관에 의해 하여지던 일이
이렇게 절절하게 원하여 지던 일은 없었던 걸로 봐서,
오늘 아침은 그 메뉴가 인니 밥 이긴 해도 아인 많이 행복해 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도 행복하다.
아침밥을 먹고는 연못구경을 하는데 앗! 난 가냘픈 외마디가 나왔다.
개구리 아빠가 올챙이들에게 제 몸을 내주어 가시고기가 되어 있었다.
사진1 - 개구리 아빠의 가시고기
난 서울에서 자라 올챙이 새끼도 자주 구경하지 못했었는데,
순간 얼마 전에 돌아가신 엄마가 떠오르며 내 엄마도 가시고기로 한평생 사셨음에 더운 눈물이 흘렀다.
지금 이 시간 난 충분히 이번 여행이 헛되지 않음에 감사했다.
우리 숙소 3층 옥상에 올라 넓은 인니의 풍경을 말없이 감상했다.
옥상은 깨끗하지 않고 빈 빙땅 병, 허접 쓰레기에 기분은 좀 그랬지만
가까이서 멀리서 보이는 빨간색 지붕들이 사람 사는 냄새를 풍기며 아기자기하게 느껴졌다.
저녁녘에 바닷가를 갔다.
여전히 사람들은 많고, 멋진 저녁놀을 기대해 보기도 했지만 구름이 끼어 멋없는 해넘이가 되 버렸다.
우기때 온 것이 잠시 후회되기도 했다.
몹시 바람이 세차게 불어 가장자리에 자리 잡고 앉아서 써핑강사와 얘기를 나누었다.
수마트라에서 온 앞니 두 개 빠진 Dwacy는 집에선 많은 식구들이 함께 같이 살았고,
부모님과 형제들은 농사를 짓고 있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이곳으로 왔는데,
자라면서 집에서 일을 무척 많이 했다고 한다.
쿠타로 와서 지금 써핑강사를 해 한 달에 1,500,000rp를 버는데 만족한단다.
쿠타에 온지는 한 3년가량 되었단다.
농담이라는데 수영을 열심히 해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나아가 일본, 한국까지 간다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난 그 꿈이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해서 Dwacy와 그 친구들에게 박수를 받았고. ㅎㅎ
한국 사람들은 패키지나 단체여행으로 죽 왔다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사진만 찍고는 돌아가기 바쁘단다.
이렇게 앉아 한국 사람과 얘기해 보는 게 처음이라나.
숙소로 돌아간다고 하니 건강도 조심! 스틸도 조심! 하라면서 낼은 써핑을 배워보라 하기에
물이 너무 더러워 피부병 옮길까봐 걱정이라고 하니 괜찮단다.
모두들 순수하고 친절하고 고마운 사람들이다.
일본 여자 “게이꼬”도 그의 제자라고 소개시켜 주었으나,
게이꼬는 영어를 못하고 난 일본어가 짧아 몇 마디 하지 않고 그냥 숙소로 돌아왔다.
바람이 너무 불어 마을입구 어귀에서 눈에 모래가루가 들어갔는지 눈이 불편했다.
따가웠으나 안 비비는 게 약이라 꾹 참고 숙소에 와서 깜박거리며 물에 씻었더니 다 낳았다.
인간은 상대성이라 난 엄마에게서 여행을 배웠다.
엄마는 늘 말씀하셨다.
니들이 중핵교에 가면 내 여행 갈란다.
니들이 고등핵교에 가면 내 여행 갈란다.
니들이 대핵교 졸업하면 내 여행 갈란다.
니들이 장가가면 내 여행 갈란다.
니들이 시집가면 내 여행 갈란다.
그렇게 시간 보내시고는 자식들이 다 성장하여 모시고 다닌 여행 외에는,
당신 혼자서는 여행다운 여행은커녕 대문 밖을 마음 편히 나가보시지도 못하시고,
남편과 자식들만 기다리느라고 늘 따뜻한 집안을 만들어 주셨지만
난 절대로 엄마처럼 살 수는 없다고,
난 내 옆구리에 날개를 달고 살 거라고,
훨훨~~~
생각하고...... 생각했다.
함께 모시고 여행 다닐 만해지니까 엄마는 연로해지시고 기운 없어 하셔서
작년 가을 시제를 마지막 여행으로 삼으시고 우리와 헤어지셨다.
아~~~ 내 어머니!
오늘은 꿈속에서 엄마를 만나려나.
*비용 나시참푸르:5,000rp
튀김:4개 4,000rp
물:3,000rp
폴로:1,000rp
나시참푸르:3,000rp
낼 아침밥:4,000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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