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여행

1)쿠타 해변에 가다-다섯째날

艸貞 2008. 4. 12. 17:14

오늘은 0주희가 놀러왔다.
0주희는 세계일주가 소원이라는데 그 일환으로 우선 태국에서 3년간 살았단다.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폴 등은 패키지로 여러 차례 많은 여행을 한 끝에,
태국에서 자리 잡고 살다가 필리핀에서 살고파 그곳으로 갔으나 물가가 너무 비싸
20일가량 살다가 다시 인도네시아로 와서 자카르타에서 비행기타고 발리로 들어온
대한민국의 28살 처녀였다.
그녀는 내게 몇 천 명에 한번 나오는 희귀한 아줌씨 라면서 깡이 쎄다고 말하면서
이번 여행에서 딸과의 동행을 한없이 부러워했다.
여행이란 시간과 돈이 다 같이 만족해야 할 수 있다나.
그렇지 시간은 많아도 경비가 따르지 않으면 못가는 여행.
경비는 많아도 시간이 없으면 못가는 여행을 우린 다 충족하면서 돌아 뎅기니 선택되어진 사람들인가.
내가 보기엔 그녀도 몇 천 명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하는 처녀였는데.
우린 서로에게 4차원의 정신세계라 하며 박장대소 했다.
아니 우리가 4차원의 정신세계가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못 떠나는 사람들이
1차원적인 사고방식을 가졌을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녀는 이틀 전에 리프팅을 했는데 일본 청년들 3명과 쪼인이 되어 재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궁여지책으로 차라리 호주인 들과 함께 팀웍을 이뤘으면 조금은 나았으려나.
혼자 여행하는 외로운 이의 비애이기도 하여서 다만 내게 행운이 따르기 만을 빌 뿐이지.ㅎㅎ
이곳 발리에서는 일본인들은 일본말만 필요할 뿐이니 재미도 덜 했겠지.
처음 약속된 2시간짜리 코스도 1시간 반 만에 끝나 버려 잔뜩 골이 났다.
하긴 이곳 인니 사람들은 시간관념이 정말로 개발도상국이다.
예전에 우리들을 코리아타임이라 했던 것보다 더 인도네시아타임은 심하다.
시간약속도 그렇고 또 거리개념은 더 심하다.
30분 걸린다는 거리는 1시간은 보통이고 아예 시간개념 자체가 희박하듯 하다.
더운 나라 사람들이라 움직임이 여유로워서 그럴까.
오랫동안 0주희와 얘기하고 오늘도 해변으로 나갔다.
과일이 먹고 싶어 재래시장을 찾아 갔으나 못 찾고 그냥 왔다.
비치거리에 마타하리 백화점을 가면 과일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되었지만,
시장 못 찾음에 화가 난 아이에게 나는 쉽게 도움을 줄 생각이 없었다.
설사 지금 내가 아이 기분에 일조해 한 쌍의 바보가 된다 하여도.
비치거리 MBA 여행사에서 차를 하루 렌트하는 비용이 300,000rp란다.
저번에 알아본 정보보다 100,000rp가 내려가고 또 적극적으로 반나절만 렌트하면
비용은 더 내려 갈 것이 확실한데, 사람의 기분이란 오묘해서 난 적극성을 이만 접기로 했다.
여기까지 와서 울루와뚜와 따나롯을 포기해야했다.
경비문제도 생각해야했고.
한국을 떠나기 전에 남편은 비상용 여행자금을 100만원이나 찔러주긴 했어도,
내 여행 경비 외엔 축을 낼 수가 없었다.
비록 지금은 가보지 못하더라도 다음 여행을 기약하는 현명함도 살짝 엿보여야 하지 않을까.
훗훗!
매일 같은 바닷가 이면서도 오늘이 색다름은 어제와 다른 날짜 때문일까.

 

 사진1 - 쿠타해변 모래위에 군락으로 핀 꽃들

 

 사진2 - 클로즈업시킨 꽃


바닷가를 걷다가 보니 Lion Air 사무실이 보여 아쉬웠다.
포피스 2거리에서 오른쪽으로 300m 지점쯤으로.
저곳에 가서 직접 비행기 표를 사면 싸게 살 수도 있었을 텐데.
오늘은 인도네시아 주부들 2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내 옆에 앉은 여자가 네덜란드 인과 결혼했다가 이혼했단다.
이혼녀란 선입견에 내 기준에서 조금은 이상한 선이 그어지기도 했지만
그녀들은 한류를 잘 알고 있었고 비(정 지훈)를 가장 좋아한단다.
한국의 사극 드라마도 많이 시청하여 한국 사람들은 남자가 여러 명의
여자들을 데리고 사냐고 물어 난 정말 놀랐으면서 이 사람들과 얘기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야기 해 주지 않았으면 그들의 머릿속은 항상 한국 남자들은
여러 명의 여자와 산다고 생각할 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녀는 아들 아이 한 명이 있는데 남편이 아들은 데려가 키우고 있고,
집도 여러 채 있어 경제적으로는 살기가 그다지 힘들다고는 하지 않는데,
나는 아무리 경제적으로 풍족해도 가정의 행복을, 가족의 따스함을 느껴 보지
못하는 그녀가 애처롭게 생각이 들었다.
그녀들은 지나가는 남자들을 보고 맘에 드니니, 안 드니니 사람구경 재미에 푹 빠졌다.
남편이 네덜란드인이라 그런지 영어는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나 그런 데로 불편함은 없었다.
그녀의 이름은 “Salra"였고 지금은 발리 덴파사르 근처에서 혼자서 살고 있단다.
이야기 하고 있는 도중에 수라바야에서 단체로 수학여행 온 남녀 중학생들이 버스에서 한 가득 내린다.
학생들은 부지런히 서양인들을 찾아서 영어로 인터뷰하고 사진 찍고 하는 것이 숙제란다.
예쁘게 생긴 서양인들은 더 인기가 좋다.
자카르타에 살고 있는 “Ilri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해 미안하단다.
그녀들은 내게 메일과 주소, 핸드폰 번호 등 내 신상에 대해 조사하고는 꼭 메일을 보낸다기에
한국에 돌아가면 난 답장을 주마고 약속했다.
“Salra"는 자기는 ”Ilri"와도 친구이고 나와도 친구라고 스스로 말했다.
그녀의 툭 터진 성격이 조금은 이상스러웠지만 내 성격상 그녀들과 친해지기는 좀 힘들 거란
생각이 들어감은 아직도 세상을 덜 산 나의 모습일까.
찐 옥수수 파는 17살 소녀는 오늘도 열심히 머리에 옥수수 광주리를 이고는 열심이다.
장사 수완도 좋아 먹고 싶은 어린아이들에겐 옥수수를 1,000rp에도 준다.
매일 나오는 우린 단골이 되어 버려 언제나 생글생글 함박웃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미에도 관심이 있는지 옥수수를 다 팔고는 브렌딩 하는 처자들을 구경하면서
이것저것 브렌딩 책자와 타투 책자를 열심히 뒤적이며 웃는다.

 

 사진3 - 맛사지등을 업으로 하는 아줌씨들


브렌딩 하는 처자들은 샤넬 썬 그라스에 보기에도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옥수수 파는 처자는 생활의 전사답게 생활력이 강하면서 당차 보인다.
옥수수 파는 사람들 중에 항상 가장 먼저 다 팔아 치운다.
그녀의 부지런한 근성은 그녀의 가난함을 떨치고 곧 그녀를 행복으로 가져갈 것임에
그녀를 보는 나도 기쁘고 오늘도 그녀에게 옥수수를 사게 한다.
오늘은 날씨가 기대되어 멋있는 일몰을 기대했지만 역시나 구름.
매일 아쉬운 날의 연속이다.
아침에 밥 탄 맛의 커피 맛은 오늘도 기운찬 하루를 보내는데 일조하고.
관광지에 가보지는 못해도 어제와 다른 나는 지금 발리 쿠타 해변에 앉아있다.
우리내 인생길의 생과 사에 대해 깊은 생각이 구름 속에서 머릿속을 맴 돔은 날씨가
흐리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무엇이 인간답게 사는 것인가 하는 명제가 지금 앉아 있는 쿠타 해변에서도
나를 생각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놓는다.
이 여행에서 무엇을 얻으려 여기 까지 와 앉아 있는 것일까.
나는......
모르겠다.
그저 저 파도처럼 크게도 때론 작게도 휩쓸리는 데로 사는 것 밖에.
때론 잔잔한 포말도 수없이 많이 뿜으며 사는 데로 사는 수밖에.
거시기를 남편에게 선물로 할까 말까 그것도 당장 고민되네. ㅎㅎ
*비용 물:3,000rp
과자:3,500rp
빅아이스크림(맥도날드):2,400rp
빵:7,000rp
밥:4,000rp
꼬치:1,000rp
찐옥수수:2,000rp
낼 아침밥:4,000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