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여행

1)쿠타 해변에 가다-아홉째 날

艸貞 2008. 4. 19. 08:46

어제 저녁 8시경부터 계속 비가 내린다.
밤 동안 계속 비가 내리고 천둥, 번개 까지 동반한 비는 아침 9시경부터 들더니 차차 멎었다.
하늘이 뚤린 거야.
어젯밤엔 조개 가져갈 궁리, 짐 옮길 걱정, 비오는 소리에 잠을 많이 설쳤다.
자고로 욕심이란 근심 걱정을 몰고 온다니까. ㅎㅎ
새벽 2시 반에 깨 오랫동안 잠을 못 잤다.
숙소마당은 온통 물바다로 변했다.
이정도로 계속 비가 오면 숙소 바닥까지 차 올라올 기세였으므로 짐을 침대위로 옮겨야 한다.
아침녘에 잠이 들어 8시까지 잤다.
일어나보니 다행히 마당에 물은 빠지고 있는 중이다.
아침에 단전도 새벽운동도 못 한 체.
슬슬 날씨 탓을 하며 내 게으름이 습관화 되려는 거지.
이젠 여기서 살아도 될 만큼 익숙해졌기도 했고.
이놈의 환경 적응력은 주체를 못 하겠네.
아침 9시 40분경부턴 또 다시 비가 내린다.
우산 쓰고 머니 체인지 하러 갔다.
그동안 상점 곳곳에서 머니체인지할 곳을 물색하기도 하고 해서
포피스 2 거리 상점 입구에 9495rp라고 써 놓았기에 갔더니,
상점 안에 들어가기 전에 9495rp가 확실하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아 근데 돈을 바꿔 주는 모습이 어째 이상하다.
잔돈으로 50,000rp짜리들만 있는 게 수상한데.
정신 바짝 차리고 돈을 세는데 내 손이 파르르 떨린다.
환전하면서 많은 사기를 당한다고 하여 지금까진 잘 하였었는데.
놈들의 사기 방법이 내게 어떻게 다가올지 몰라 정신을 차려야 할 텐데.
정신을 차리려 할수록 떨림은 더 심해졌는지 아이는 내게 살짝 허벅지를 찔러댄다.
아니 인니에 와서 가장 높은 환율에 기분이 좋아서 욕심도 한 몫을 하는 것이겠지.
900,000rp까지 맞추어 놓고는 20,000rp짜리 2장을 맞추는 찰라에 내가
나머지를 달라고 하자 다시 내가 세어서 맞춘 돈을 다 달라고 한다.
그래 지금 이 시간부턴 더 정신을 차려야 할 거야 다시 다짐하는데,
세금이라며 떼고 난 금액 89~~rp를 준단다.
그럼 그렇제 애라이 이 사기꾼 놈들아.
나는 안 바꾼다고 내 100$ 다시 돌려 달라 했다.
아니 처음부터 밖에 써 붙이길 그렇게 하던가,
상점을 나오며 이것저것 쳐다보니 쇼핑은 안 하냐고 물었다.
웃으며 쇼핑은 나중에 한다고 하니 꼭 자기네 가게로 오라나.
우린 다시 우산 쓰고 가는데 아인 날 더러 왜 그렇게 떨었냐고 물었다.
환전 사기 땜시 라고 하자 아인 엄마가 떠는 거 첨 봤다나.
나도 떤다고.
나도 연약한 꽃사슴이여.
지금은 살다보니 세상풍파에 찌든 아줌씨로 변했지만.
비치거리 은행으로 갔다.
비는 역시 주룩주룩 내려 데고.
은행이 3시에 끝나 다시 여행사로 가서 910,000rp으로 환전했다.
비 내리는 바닷가는 더 정겹다.

다행스럽게 비는 서서히 멎었다.

그리고 바닷가를 걷고 있는데 하늘에서 멋있는 행글라이더가 날아온다.

그런데 그 행글라이더 태극기와 인니기를 달았다.

난 해변위에서 "코리아 화이팅"을 크게 외쳤지만 무심하게 행글라이더는

알아 듣지 못하고 그냥 날아가 버린다.

 

 사진1 - 쿠타상공을 나는 대한민국의 행글라이더-뉘신지 궁금하외다.


포피스 2 거리 입구 식당에서 음악(난타공연)을 했다.
음악구경을 하는데 그들이 쉬는 시간이 되었다.
우린 비치 쪽에서 구경을 하고 있는데 그들이 우리 곁으로 오더니 말을 시켰다.
그들은 프로는 아니었다.
음악이 그냥 좀 덜 성숙되어진 느낌이랄까 아무튼 음악도 인도네시아다운 그런 느낌.
많이 세련되지 못하고 어딘지 모르게 촌스런 시골스런 그런 느낌.
물론 여기도 예외는 아니어서 “다리마나”로 시작하네.
음악은 좋아하냐?
남편이 오랫동안 기타를 쳤다하자 기타는 너무 어렵단다.
울 남편 예전엔 정말 멋있었는데......
그러나 음악 하는데 돈을 조금 갖고 와 생활이 힘들다고 하니까
인생이란 그저 즐기면 그뿐 돈은 상관하지 말란다.
엥?
그거 울 남편에게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소리여.
인생 즐김도 돈이 있어야 하제.
마스터인지 그룹리더인지 물었으나 아니란다.
37살인데 아이가 둘이란다. 근데 왜 그렇게 삭았어.
난 나보다 오빠인줄 알았다.
나보고는 35살이라네.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ㅎㅎ
말이야 나는 살색이 허여니까 젊어 보이고
너희는 살이 꺼매서 나이 들어 보인다고 하니 그렇다나.
목요일은 이곳에서 연주하고 무슨 클럽이라고 가르쳐줬는데 그곳에서 연주한단다.
“인생이란 그저 즐기면 된다”라는 대답을
이곳에서 음악 하는 사람에게서 듣게 될 줄이야.
그러나 그저 인생을 즐긴다고 해서 즐겨지는가.
말은 그렇지만 이론인 즉은 그렇지만.
내가 돈 들여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그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바닷가에서 써핑 강사들 여러 명 들과 얘기 하며 놀고 지내는 게 재밌다.
은세공 공장을 소개해 주겠다는 아민.
한국에서 수영을 배워와 다시 발리를 찾으면 꼭 자기에게 써핑 지도를 받으라는 앙드레.
앞니 빠진 드워시.
그들의 한 달 평균 수입이 1,500,000rp란다.
하지만 모두들 낙천적 성격들인 탓인지 하나같이 감사하단다.
또 비는 추적추적 내리는데 이곳에서
처음엔 똑 같은 일상에서 지루하게도 지겹게도 느껴지기도 했었는데
이젠 이곳과의 이별시간들이 다가온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난 다시 이곳의 시간들이 한없이 그리워지겠지.
그리고 한없이 소중할 테지.
추억들이니까.
어젠 바닷가에서 파룬궁보다. 중국인들 인줄 알았더니 발리인 들이란다.
단련모습도 많이 시시했다.
그리고 주운 조개들 간추렸다. 예쁜 것들만 골라골라.
꿈꿨다.
큰오빠내외, 작은오빠내외, 모두 이곳에 와
여기서 만나다.
민수도 왔고 태진이도 왔는데,
민수는 보이는데, 태진이는 형태만......
개구리는 완전 해체되어 이젠 뼈만 남았다.
새끼들에게 자기 몸까지 완전히 맡긴 체.
개구리 파이팅!
내 엄마가 그랬듯이......
*비용 빵:13,500rp
아이스크림:2,700rp
물:3,000rp
옥수수:2,000rp
컵라면:3,500rp
과자:2,000rp
낼 아침밥:4,000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