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무렵부터 비가 내리더니 오늘 아침까지도 비는 계속 퍼붓는다.
비가 많이 와 밖에는 나가지도 못하고 어제 저녁은 굶고 잤는데도, 오늘 아침이 되니 습관처럼 눈은 떠지고.
마술에 걸려 잠도 깊이 자진 못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마술에 걸렸을 때 비가와 밖에 나가지 못해도 오히려 감사한 생각도 든다.
언젠 바닷가에 못가 안달을 부리더니 이젠 밖에 못나감이 감사하다니 이래서 인생사는 새옹지마라는 겨.
오늘은 단전호흡도 하지 못했다.
어제 울루와뚜, 따나롯 사원 가려고 알아보니 405,000rp란다.
오후 1시쯤에 차를 대여해 오후 6~7시에 끝난다고 하는데 존나 비싸네.
이곳은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 불편한데, 반면에 여행사는 엄청 많으니 여행사를 이용하라는 얘기.
하는 일 없어 연못구경을 하는데 비가 와 그것도 쉽지 않네.
늘어지게 한 숨 자고 일어나도 무료한 시간들이 나를 덮는다.
이번 여행에서 크리슈나무르티의 “자기로부터의 혁명”이라는 책을 가져 왔으나,
가방이 너무 무거워 이동이 쉽지 않아 자카르타에 아는 지인에게 약간의 짐들을 보냈는데,
그 짐에 책도 함께 보내 책 읽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책 없는 시간을 보내는데,
금서의 현상은 너무도 가혹하다 할 만큼 내게 주어진 시간은 힘들다.
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책을 가까이 하다 이번에 커다란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그 짐에 함께 보내졌던 것이 또 하나 과도 이다.
화장품 가방에 숨겨서 힘들게 들여왔는데 화장품 가방을 통째로 보내 버렸으니.
망고를 까먹을 때도 우린 숟가락을 사용했다. 우린 원시인들 ㅋㅋ
옆 방 호주아가씨는 노트북을 가져와 열심히 자판을 두들긴다.
이곳에서 서양인은 호주인 들이 대부분인데 인종차별이 심한 듯하다.
자카르타에서는 호주이던 네덜란드이던 스위스이던 같이 얘기하고 놀곤 했는데,
발리에서는 호주가 가까워서 그런지 호주인 들이 주류를 이루면서
동양인들에겐 보수적이고 내성적인지 워낙에 자기네 사람들이 많다 보니
어느 누구하나 말하거나 말거는 사람은 없다.
아침 식사시간에도 자기들끼리 관광코스나 여행지에 대해 얘기들 한다.
자기들끼리 술 먹고 떠들고 히히덕 거리는 꼬라지들 하고는.
어쩌다 잘 사는 나라에 무늬만 허옇게 태어났으면서.
어느 일본인 아가씨는 이곳에서 오토바이 렌트하여 써핑하고 하는데 이곳은 일본인의 천국인 듯도 싶다. 영어가 아니라도 어디서나 일본어 하나면 여행에 써핑에 쇼핑에 부족함이 없다.
일본 돈을 쓰니 인니인들 일본어 안 하고 배기겠어.
밖에 비는 서서히 잦아들고 우리 심심한데 그냥 물고기 방에나 가자.
이 pc나 좀 빨랐으면 좋겠다.
pc방에서 나와 바닷가에 갔는데, 20년 전에 이곳을 다녀갔다는 한국인 부부를 만났는데
해변 가에 건물도 많이 들어서고 오염도 너무 심해 쿠타의 아름다움을 잃었단다.
사진1 - 쿠타해변을 거니는 사람들
지금은 바닷가 똥물에서 수영하고 써핑하고 한다나.
비는 조금씩 잦아드는 것 같더니 이젠 바람이 몹시 분다.
바람의 세기가 눈도 못 뜨고 모래비가 뿌려 살갗이 따가워 걸음걸이도 힘들다.
모래빈지 안개빈지도 조금씩은 내리고.
이곳의 날씨는 도통 종잡을 수가 없네.
눈에 모래가 들어가고 귀에도 입에도 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이동! 이동!
맥도날드로 피신 겸 저녁을 먹고는 숙소로 걸어오면서 아이쇼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인도네시아는 은세공 기술, 목각, 가죽공예품이 뛰어나서 특산품이 유명하다.
목각 공예품 중에 남자 거시기는 병따개로 만들어 놓았는데,
크기도 다양하고 우리나라 사람 성 문화와는 차이가 많이 나 처음엔 얼마나 놀랐는지 ㅋㅋ
그 물건을 똑바로 쳐다봐야 하는 데는 다소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발리 하늘에 별은 언제나 볼 수 있을 런지.
어제와 똑 같은 일상에서 오늘도 난 애써 다름을 찾는다면
어제보다 하루만큼의 시간 흐름만이 오늘과 어제의 차인가.
*비용 식빵:6,500rp
빵:5,000rp
과자:1,000rp
물:3,000rp
컴퓨터(1시간):12,000rp
방세(3일분):120,000rp
맥도날드:58,300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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