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박요리와 바가지

艸貞 2008. 10. 17. 18:26

하얀 박꽃은 너무도 순결하고 아름답고 박 또한 귀품있는 자태를 뽐낸다.

 

              올해 달린 박

 

겉모양은 고려청자를 닮았다.

신랑은 박을 따는 것이 재미가 쏠쏠한지 자꾸만 입에서 "고거 참! 허허~" 소리가 난다.

 

             박요리에 쓰여질 박

 

동네 사람들이 지나면서 한마디씩 한다.

"저 박좀 봐"

그 박을 오늘 땄다.

 

 요리에 쓰일 박, 애기박도 땄다. 걍~

 

어린줄 알고 땄더니 껍질이 딱딱해 칼이 들어가질 않는다.

남편이 힘들게 옆에서 거든다.

요즘은 박이 웰빙음식으로 각광을 받는다.

 

 채썰어 준비해 놓은 박

 

일부는 정말 하얀 박이고 일부는 색깔이 호박처럼 생겼으나 어린 박이다.

 

 팬에 볶는 박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볶다가 마늘과 소금을 조금씩 넣고 달달 볶았다.

이때 들깨가루를 넣어주면 더욱 좋은데 들깨가 없어서...

 

 완성된 박요리1

 

 완성된 박요리2

 

나는 박을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어젠 상업지구 식당에서 "박속낙지탕"을 먹었다.

그리고 집에와 박속을 새콤달콤하게 양념넣고 무쳤다.

솔직히 양념 맛이었고 몸에 좋다니 먹었지 박의 특이한 맛은 없다.

무덤덤한 맛이 박맛이었으면 박꽃은 청순함과 순박함의 상징이다.

먹었으니 이젠 바가지를 만들어 볼 차례다...

 

 하얀 박 속안

 

박은 정말로 톱질을 하여야 하는데 난 톱이 없어 대신 칼로 하다가 가장 아끼는 쌍둥이칼을 상하게 했다.

박의 껍질이 두꺼워 칼질도 어려워 칼날 위를 망치로 두드렸으니....

박을 키우려면 톱부터 장만해야해.

"슬근 슬근 톱질하세"

흥부네 집이 생각났다.

반으로 자른 후 속의 씨부분을 숟가락으로 긁어냈다.

 

 박속을 긁어낸 모습

 

 물에서 박을 삶는 모습

 

솥이 큰것이 없어서 반절로 자른 박을 삶았는데

물이 끓고 1시간반 가량을 삶다가 약한 불에서 1시간반  정도 더 끓이고 꺼냈다.

그런데 바로 꺼내지 말고 불을 끄고는 물에서 30분정도 뜸을 들이니 껍질이 잘 벗겨진다.

 

 속을 파내는 과정

 

살부분이 하나도 남지 않도록 깨끗하게 속을 파낸다.

살부분이 남으면 건조과정에서 곰팡이가 슨다고 한다.

 

 박의 겉껍질을 긁어내는 모습

 

마지막으로 박의 겉에 있었던 얇은 막으로 되어 있었던 껍질을 벗긴 후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어낸다.

 

 그늘에 건조중인 박

 

톱이 없어 예쁘게 썰어지진 않았지만 바가지를 만드는 과정이 참 재밌다.

바람에 잘 통하는 그늘에 널어두면 그 옛날 가물가물 아물아물

어릴적에 엄마가 쌀을 씻거나 보리쌀을 씻었을 때가 떠올라 잠시 향수에 젖기도 하였다.

제가 만든 박을 갖고 친정엄마에게 보여 드리면 엄마가 뭐라 말씀하실런지 궁금하지만 함께 말할이 없으니

내년에도 하이얀 박꽃을 보며 엄마 생각을 하며 남은 생의 시간을 찐하게 살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