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테이

4)2008년 8월 24일 나흘째 만남의 시간들.

艸貞 2008. 8. 31. 12:09

정말로 오늘 아침은 코가 삐뚤어지게 푹 잤다.

아점을 대강 간단하게 먹고는 마짱은 다시 방에 들어가 잠을 잤다.

어제 피곤하긴 무척 피곤했나보다.

 

사진1 - 내가 만든 영양돌솥밥

 

마짱은 내가 만든 밥도 건강만점이라고 하고 내가 만든 한국차도 맛이 있다고 했다.

한국차는 영지버섯, 대추, 당귀, 계피, 감초, 구기자, 오가피를 넣어 우려 낸

우리집만의 영양국물이다.

오늘은 우리 아이가 방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는 날이다.

점심 먹여 아이를 보내고 마짱과 나는 시장에 갔다.

광명시장은 그 규모에서나 가격에서나 서울에서도 많은 외국인들을

비롯하여 구경 오는 유명한 시장이다.

 

              사진2 - 광명시장

 

내가 광명으로 온지도 벌써 13여년이 흘렀는데 나도 그 광명시장을 처음

보고는 깜짝 놀랐었다.

왜냐면 내가 서울에서 어릴 적에 보던 시장과 흡사하게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이런 재래시장이 없다.

주변에 많은 대형마트가 생겨 장사가 덜 된다고는 하지만 시장 골목이 비좁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다.

재래시장은 정감이 흐른다.

한 주먹씩 더 집어 주는 따스한 인간미가 넘치는 곳이 재래시장이다.

시장의 처음부터 끝까지 구경하며 돌다가 마짱은 떡볶이, 순대, 만두등을 파는 곳에 앉았다.

떡볶이를 좋아한다며 먹기를 원했다.

마짱이 사주면 먹는다고 했더니 사 준단다.

조금 맵기는 해도 떡볶이가 무척 맛이 있다고 했다.

하긴 점심도 안 먹고 잠만 잤으니 맛도 있겠지

지금쯤 적당히 출출하기도 할 테니까 말이다.

마짱이 맛있게 먹는 모습에 나는 그만 이쑤시개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

 

 사진3 - 떡볶이 사먹는 마짱

 

맛있게 먹은 후 마짱은 시장 슈퍼마켓에 들러 해바라기 씨 초콜렛을 샀다.

돌아오는 길에 화장품가게에서 파는 연필 케이스에 버선 모양의 악세사리가 달린 채

한국적 이미지를 강하게 풍기며 예쁘기에 마짱에게 말했더니 선물로 샀다.

집에 돌아올 때는 시민회관 운동장을 거쳐 분수대 공원을 거쳐서 왔다.

 

사진4 - 시민회관 운동장-뒤로 광명시청의 별관이 보인다.

 

사진5 - 한국 어린이들의 가위, 바위, 보 놀이

 

분수대 공원에는 많은 시민들이 나와 휴일을 즐기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어린이들이 가위, 바위, 보, 하나 빼기 놀이를 재밌게 해

마짱과 나도 따라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우리들을 구경한다.

집에 돌아와 마짱은 포도도 복숭아도 맛있다고 했다.

과일을 먹은 후 오늘 저녁은 마짱이 스파게티를 한단다.

그런데 스파게티를 우리 둘이서 먹느냐고 해 그렇다고 했다.

원래 우리 남편이 함께 있었지만 갑자기 지방으로 일을 하러 가게 되어

집에는 아이와 나 둘만이 있었다.

그러다 아이도 오늘 학교로 간다고는 훌쩍 떠나버리고 마짱과 내가 둘만 남았다.

시장에 다녀온 후 피곤하여 나도 낮잠을 잤다.

낮잠을 자고 나니 피곤도 싹 가시고 상쾌하고 개운한 오후 저녁나절이 되었다.

막바지 매미가 짝을 찾는 소리를 더 애절하게 울어댄다.

맴 맴 매앰~~~~~

스파게티 요리하는 것을 구경하는데 스파게티소스에 마늘과 양파를 볶다가 소스를

함께 볶으면 되는 인스탄트 식품이었다.

나는 소스를 만들어서 하는 줄 알았다가 다소 실망도 했다.

오랜 기간 식당을 했었고 한식, 양식 요리사 자격증을 소지한 나는

사먹는 음식이 싫어 잘 사먹지도 않고 인스탄트 식품은 더욱 싫어하는데

다행스럽게 맛은 그런대로 훌륭했다.

 

사진6  - 마짱이 만든 스파게티 

 

홈스테이 시간동안에 서로 음식도 해 먹고 하는 경험은 상당히 소중하고

재미있고 유용한 것은 사실이나 일본전통요리를 이번 기회를 통해 배워 보고자

하였다면 나의 욕심이었을까.

내가 일본으로 홈스테이를 가면 적어도 난 한국의 김밥을 준비해 가야지 생각해봤다.

내일은 내가 아침 일찍 단전호흡에 가는데 같이 다녀와서 집에서 점심을 먹고

떠나면 될 것 같다고 하자 마짱도 그러라고 하고는 내일은 엠베서더 호텔로

떠난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지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쉬고 있는데 학교에 간다던 아이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깜짝 놀라 아이에게 전후사정을 물으니 검정고시를 칠 계획이고 학교는 안 다닌단다.

아이의 미래에 대해 본인 스스로가 충분히 생각한 결론이겠으나 당황스러웠다.

놀란 가슴을 잠재우려 억지로 잠을 청했다.

나는 잠이 안 오는데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잘도 잔다.

어제 처서가 지나고는 계절의 변화가 실감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