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우리 마을엔 직빠구리가 산다.

艸貞 2008. 8. 4. 15:51

 

8월 초 한낮의 날씨는 덥다 못해 푹푹 삶는다.

간간이 부는 한줄기 바람은 오아시스 같은 살랑거림이다.

우리 마을 이름은 도덕산길이다.

마을 뒤로 도덕산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종종 놀러오는 직빠구리는 식성도 좋다.

앞집에 자라고 있는 무화과를 혼자서 독식하고 있다.

언젠가는 우리집 처마에 살고 있는 참새새끼집 근처에 직빠구리가 다가 오자

참새어미는 목이 터져라 새끼들 조용히 시키느라 땀을 뺐다.

다행히도 새끼들은 참새어미의 말에 순종(?)하여 무사히 위기를 넘겨

새끼참새들은 멀리멀리 날아가 버리고...

 

무화과를 먹으러 마을로 온 직빠구리

 

 직빠구리도 더운지 자꾸 입을 할딱거린다.

 

 잠시 자세를 고쳐 앉아 생각에 잠긴 직빠구리

 

 아예 식구들까지 불러와 무화과로 잔치를 벌였나

 

3마리는 앉아서 포식을 하고 있고 1마리는 전깃줄에 앉아 망을 보는지 연신 시끌시끌.

 

 먹다가 그만 무화과를 떨어뜨리자 아쉬워하는 직빠구리들

 

망을 보뎐 놈은 먹어 보기나 했는지....

나 같아도 아까워 할텐데...

서울에서만 자라 자연을 모르고 컸던 내게 광명은 자연을 선물하고 있다.

 

 

 

2008년 8월 17일 아침 이른 시간에 바깥이 난리다.

오붓하게 늦잠을 즐겨보려 맘먹은 난 이내 포기하고 디카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어느 집에서 버려졌나, 아님 도망쳐 나왔나

너무도 예쁜 잉꼬(?)가 앉아 슬프도록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다.

무슨 소리를 저리도 해댈까

어떤 사연이 있길래....

 

 잉꼬(?)

 

전깃줄에 앉아 홀로 외로이 우는 저 새는 무슨 까닭에 저리도 슬피울까

알록달록 고운 빛을 지녔다.

머리부분은 빨갛고 꼬리로 갈수록 녹색빛을 띤다.

우는 소리는 너무도 처량하여 잠은 어느새 멀리 달아나고

저 새가 행복하게 우는 날은 돌아오려나.

 

 홀로 앉아 우는 잉꼬(?)

 

아무튼, 어렸을 적엔 못보고 컸던 새들이 우리 마을에서 보이다니 기분은 좋다.

늦은 아점먹고 다시 못잔 잠이나 때려볼까

 

 

2008년 9월 7일 일요일 아침결

늦잠 자려 맘먹고 잤지만 일찍 눈이 떠져 화분들에게 물을 주고 있는데 고운 새소리가 들린다.

처량한 것 같기도 하고..

딱새인지 박새인지 동고비인지 잘 모르겠다.

 

 전깃줄에 앉아 울고 있는 새

 

 무슨 새일까

 

딱새, 박새, 동고비

궁금하다.

 

 또 다시 찾아 오려나

 

보고프다.

네 소리가 듣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