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여행

구인사에 가다.

艸貞 2010. 4. 21. 14:53

2010년 4월 20일 화요일 평일이다.

여느때 같으면 단전호흡에서 심신수련을 해야하는 시간이지만...

 

 구인사행 티켓, 고수동굴행 티켓, 고수동굴 입장권, 동서울터미널 티켓

 

반장의 주선으로 야외수련이란걸 떠났는데...

단전호흡에서의 야외수련답게 도복지참시키고 단단한 준비로 떠난게 아니라

다른 산악팀인가 계모임인가 하는 팀이랑 쪼인해서 떠났다.

다른 팀하고 차안에서 짬뽕되어 술먹고 춤추고 관광버스가 되는 분위기가 싫어... 

나도 흥이많아 노는건 좋아라 하는데...

이건 아니야

묻지도 말고 따지지 말고 따라가주면 좋겠다만 아닌건 아녀

왜냐면 내 시간은 시간당 페이가 비싸기 때문이여

시방은 내 비록 봉사개념의 시간강사로 내 삶을 매꾸고 있긴 하지만..

큰 일하려면 이런 작은 시간들도 필요하다는것...

경제적 용어로 기회비용이라 하지

 

 

차라리 혼자 떠나는 여행을 택했다.

몇일 전부터 인터넷 검색하고 여행지 선택하고...

소중하고 귀중한 하루를 마구 헛되이 허비할 순 없지

물론 사람마다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겠지만...

 

여행지는 구인사에서 온달동굴 혹은 온달산성으로 정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대중교통 이용해서 떠나고...

항상 사람들이 마구 넘쳐나는는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하니 8시 35분이다.

9시행 구인사표를 사들고 잠시 TV를 보고 있다가...

 

기사님 목소리 터지게 외쳐도 주중이라 그런지 손님이 5명 뿐이네

구인사행이긴해도 서로들의 목적지는 모르겠스...

 

한가로이 바깥 경치를 구경하면서...

바야흐로 봄이 물씬 무르익었어

개나리는 흐드러지고 창꽃이라 불리는 진달래들이 온통 만개를 했네

목련은 이미 꽃잎 떨군지 오래되었는지 꽃잎들이 퇴색해 버렸네

 

 진달래 

 

우리나라 산천은 항상 봐도 멋지다니까

버스가 단양부근, 제천부근에 다다르니 멋진 풍광들이 눈앞에 들어오고...

남한강줄기로 흐르는 물들과 옆에 산들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산천들...

 

고수대교 현지인들은 빨간다리라 불렀다.  

 

버스가 잠시 단양에 들렀다 화장실에 다녀오라는데 할머니 한분이 버스에서 내려서 안오시네

가방은 버스안에 놓여져 있는데...

또 구인사까지 들어가는 사람들 여기서 많이 타기도 하고...

버스를 방향을 바꾸는지 부릉부릉 거리기에

오지랍 넓은 나 "한분 안오셨어요." 목소리도 크게...

할머니 화장실에서 나오시며 가려는 버스에 손을 흔드시며 큰소리로

"버스가 떠나면 어떻게 해요. 사람도 안 싣고..."

기사는 다 알고 있는 사실인지 여유만만이네

 

세상사 다 알고 행하는 여유만만의 삶을 찾아야 하는데...

세상을 다 안다는 것

즉 지혜를 얻고자 늘 책을 읽고 여행을 하고 마음 놓음을 연습하고...

그마져 인간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을때 훌쩍 떠나면서 부처님께 귀의해보려 떼쓰고...

 

주차장엔 많은 버스와 차로 이미 들어찼다.

버스에서 내려 바로 오후 2시 5분에 출발하는 온달동굴행 버스표를 미리 샀다.

내려서 일주문을 지나고 또 문을 지나 언덕배기 길을 올라

구인사는 충북 단양 영춘면 백자리 소백산록에 있는 절이다.

이 지역은 소백산 구봉팔문(九峰八門)중 제4봉인 수리봉 밑 해발 600여m의 고지에 위치해 있는데,

풍수사상으로 제7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이라고 한다.

1966년에 창건되었으나 천태종의 개조인 상월조사가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은 1946년이었다.
그가 초암(草庵)을 짓고 수도하던 자리에 현재의 웅장한 사찰을 축조한 것이다.
경내에는 초암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900평의 대법당, 135평의 목조강당인 광명당,
사천왕문과 국내 최대의 청동사천왕상 등이 있다.
지금은 50여 동의 건물이 세워져 있는데, 일시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5만 6,000명이며,
총공사비 122억 원이 소요된 국내 최대 규모의 사찰이다.
수리봉 정상에는 주요한 참배 대상이 되는 상월선사의 묘가 있는데,
이는 화장을 기본으로 하는 일반 불교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다.
상월선사는 생전에 화장을 원치 않는다며 미리 이 묘자리를 잡아놓았다고 한다.
이 절은 특히 치병에 영험이 있다고 하여 매일같이 수백 명의 신도들이 찾아와
관음기도를 드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버스 안에서 만났던 할머니가 힘겹게 오르시며 내게 말씀하신다.
"밖에사람들은 여기가 절이냐고..? 호텔이지."  하는데
"여긴 우리나라 절 중에서 가장 영험한 곳이여...
 난 1박 2일 머물며 기도하러 왔어...
 색시도 기도하구가..."
 
"네...
 저여...
 전 그냥 여행...
 놀러...
 그냥 한번 와 봤는데..
 집에가서 밥도 해야하고 준비도 안하고 와서 오늘 돌아가야 해요..
 다음에 시간나면 다시 한번 와 볼께요
 미리 준비해서요..."
 
"할머니,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소원성취 하세요..."  
 
대조사전까지 올랐다.
할머니 한분이 저 위에 부처님이 계시니 올라가 보라고 하시는데...
길도 안 보이고...
부처님
부처님이라...
부처님이 계시다니...
좀 의아한(?) 생각이 들었는데..
대조사전 사진촬영만 했다.  
한데 나중에 알고보니..
 
상월조사의 묘를 말한 모양이시다.
안 올라가보고 온것이 못내 아쉽다.
 
 

 일주문

 

 무슨 소원들일까...?

 

겨울 땔감 멋있게 쌓아 놓았네

 

 

대조사전

 

흰 옷을 입으신 오른쪽에 계신 바로 그 할머닌데...

답방객들에게 상월조사묘와 대조사전에 관한 설명을 자세하게 해 주시고 계시는데...

 

또 다시 구인사를 찾아 가야 할 확실한 이유가 생겼다.

언제 다시 발길이 닿을지 모르겠지만..

내게 또 언제 이런 호사스런 외출의 기회가 오려나...

 

 관음전

 

나는 사찰에 가면 관음전에 삼배를 한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데...

하물며 관음전에 다 다랗는데 설레는 마음이 두근두근...

사찰에 들르면 젤 먼저 관음전에 인사를 드리는게 순서였지만..

오늘은 공양간부터 찾았다.

관세음보살님 지송함다.

 

"관세음보살"...  

 화계사에선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3000배를 하지만...

 

종교를 떠나서 부처를 경의하고 흠모하고 한없고 가없는 자비에...

나 관세음보살처럼만 살다가면 이 세상온 일이 한없는 영광일진데...

꿈에서라도 "관세음보살" 의 옷자락이라도 스쳤으면 하는 바람으로

지극정성을 다해 3배를 올린다... 

 

 

 산수유

 

 인광당

 

점심때가 되어 공양간을 찾는데 얼굴은 너무도 아리따운데 승복바지를 입으신 분이 올라 오시기에 여쭤봤다.

얼굴이 백옥빛이 나면서 투명하면서 미소까지 머금은체...

어디서 만나든 예쁜 여자들은 항상 기분까지 상큼하게 만든단 말야

"공양간이 어딘지요...?"

"어디서 오셔요...?"

"광명에서 왔습니다."

"서울에서 오시나요...?

구인사엔 처음 오시나요...?

구인사 스님들은 낮엔 밥짓는 일도 하시고 밤엔 공부를 하십니다.

 남기지 마시고 맛있게 드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보리밥에 시래기된장국과 감자졸임과 쪽파데친것 무침과 양배추무침과 김치와 김무침이 반찬이다.

절밥은 항상 맛있어

헌데 아까 버스안에서 만났던 할머니 공양간에서 만났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등달러 오셨다고..."

맛있게 먹고는 사찰구경 하는데 사람들 많다.

대개가 단체관광을 왔거나 약간의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구인사는 색채가 화려하다.

 

버스시간이 다 되어서 내려와 기다리는데

나 내려올때 올라갔던 외국인 부부가 버스 정류장에 와서 아이스크림을 사먹는다.

"Excuse me." 하고 옆에 앉았다.

"Where are you going?"

"Caves." 했더니 도와달라면서 자기들도 버스표를 사달란다.

버스표 사줬는데 부부중 아저씨가 버스기사에게 고수동굴 가는 버스표냐고 물었봤나보다.

당연히 아니쥐~

옆에 아줌씨께 남편께서 왜 가셨냐니까 자긴 아무것도 모른데...

남편이 알아서 다 해주는 여잔 존나 편하겠다... ㅎㅎ  

아저씨가 한참뒤에 표를 바꿔왔다.

 

나도 다시가서 매표서 아저씨께 여러가지 물으며 고수동굴로 표 바꿨다.

I gained an opportunity of practice.

A ssa~ gaori~~~!

캐나다 토론토 사람들인데 따님이 제천에서 영어선생을 한지가 8개월 되어서

따님을 만나볼겸 한국에 오셨다고...

따님께서 오늘 여행계획을 써주었는데 거긴 "Gosudonggul" 이라고 씌어있었다.

아줌마 손에 한국어 회화책이 들려 있었는데

"서로 영어가 어렵다, 한국어가 어렵다." 해서 같이 웃으면서...

친구남편이 대머리수술하러 토론토에 갔었다고 하자 엄청 웃었다.

이 아저씨도 속알머리, 주변머리 없었거든...

졸지에 외국인과 같이 동행하게 되었는데 매표소 아저씨 참 친절하시네

손수 나오셔서 길 안내 자세하게 해주시고 설명 상세하게 해주시네

 

요즘 시골버스는 낮엔 촌로들만 탄다는버스에 오늘은 나와 외국인 부부가 함께 탔네

웃음이 나왔다.

웃겨... 

혼자서 많이 웃었다.

 

 

Canada에서 온 부부  

 

고추를 심기위해 검정색 비닐을 덮혀놓은것을 묻고

경치가 정말 멋있고 날씨가 좋고 나를 만나 행운이라고...

고수동굴로 가기위해 버스에서 내려 함께 걸어갔다.

각자 입장권 사고...

동굴 앞에서 서로 통성명하고...

His name is Norman.

Her name is Sopie.

My name is youngjai.

외국인들은 여자에게 하는 매너가 섬세하고 배려가 있어

졸지에 오늘 가이드가 되부렸네...

안내표지판, 종류석의 모양설명등...

곳곳에 사진찍는 분들도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조명불도 켜주시고 사진도 좋은 배경으로 많이 찍어드렸다.

좋아라 하시네...

 

흰나비가 날아가길래...

"봄에 처음 대하는 나비가 흰나비면 올 한해 행운이 별로

 호랑나비를 보면 올 한해 행운이 좋다고 얘기해주자

박장대소하는 Norman, Sopie.

 

그 사람들이 잘한다고 하는것은 단지 예의일뿐이라고...생각한다...

영어를 할 때마다 느끼는것 침착하자

침착하지 못하니 아는 단어, 문장들도 꼬이지

영어라 생각하지 말고 말일뿐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문제는 더 열심히 공부하자는것 깨달았다.

 

서로들 덕분에 구경잘했다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제천까지 택시타고 가신다기에 빈대붙을까 하다가

내시간을 좀 더 즐기기위해 안락함보단 고행을 선택하기로 순간 생각이 들어서...

Take care of yourself.

Bye~

 

입구에서 장사하시는 분에게 버스터미널을 여쭸더니

"왜 혼자 왔냐고...? 남편과 함께 오지...?"

"그러게요, 남편은 돈벌러가서 못왔는데 같이 다닐려면 시간이 안맞아 평생 못다닐것 같아 혼자다닌다.

그래서 다닌게 어언 10년세월이다." 

했더니 나보고 용기가 대단하고 멋있데...

"빨간다리 건너서 왼쪽으로 걸어가면 터미널이 있어요."

방향을 알았으니 가다보면 나오겠지

 

             낚시하는 사람들

 

현지인들이 빨간다리라 일컫는 고수다리를 건너오는데

저 넘어 둑에서 아낙네가 나물을 캔다.

궁금하기도 하고 구경갔다가 나도 쑥 캐왔다.

오른손 엄지 손톱이 새까맣게 물들었다.

태양볕에 얼굴은 그을렀지만...

도회지에서 사먹는게 얼마나 편한 일인지...

물론 자연산과 차이가 많이 나긴 하지만...

새삼 농부님들께 감사함이 가득 일어나고...

 

 버스 안에서 일몰을 맞이하고...

 

어느덧 해가 뉘엇뉘엇...

정말로 행복하고 보람찬 하루가 속절없이 흐른다...

 

사진들을 핸폰으로 찍었더니 화질 구려...